미궁게임 더라비린스
uiqoo 자유게시판 2020-04-06 04:56:48

최종수정 2020-04-06 05:01:59

 

(긴글주의) 선호하시는 미궁 문제는 어떤 문제인가요?

더 라비린스에는 처음으로 쓰는 글이군요. TRE 시리즈 (The Riddle Everlasting, The Regret Everlasting) 메인 제작자 이충명입니다. 안녕하세요. 


사실 더 라비린스에는 그동안 가입 안 하고 있다가, 이번에 KAIST Puple 동아리 일원으로서 선물 제작 후 반응이 궁금해서 가입했습니다. 보니까 외부미궁은 얼마 없네요. 더 라비린스가 많은 미궁 제작층을 흡수한 모양입니다. 좋네요. 




잠깐 TRE 얘기를 좀 해보죠. 


TRE1이 나온 2013년은 고전적인 방식의 미궁이 끝나갈 무렵이었습니다. 왜, '정답은 이미 주어졌습니다' 로 시작하는 미궁들 있잖아요? 당시에는 드래그로 숨겨진 글자를 찾는다든지, 탭 이름이나 그림파일의 제목에 단서가 숨어 있고, 그림을 가져다가 그림판에서 페인트 툴로 색칠을 해 보면 옅은 색의 글자가 나오는 그런 게 유행이었을 때였습니다. view-source: 가 치트키인 때였죠. 아마 오프라인 방탈출카페라는 문화도 없었을 겁니다. 


당시 TRE1을 개발하게 된 이유는 미궁들에 항상 보던 트릭만 나오고 점점 고여가는 느낌이 들어서였습니다. 그림파일 이름에 단서를 숨겨 놓으면 미궁을 처음 풀어보는 사람들은 굉장히 어렵겠지만 숙련자는 당연하다는 듯 찾고 넘어가겠죠. 저는 이게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지금까지 본 미궁들과 방향성이 좀 다른, 조금 더 퍼즐스러운 미궁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스 보기에 아무것도 숨겨놓지 않고, 트릭을 찾는다고 바로 풀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노력을 해야 하는 그런 것들 말이죠. 


결과물인 TRE1은 (적어도 제 생각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출시 후 7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도 질문글이 올라오고 힌트를 달라는 메일이 오는 걸 보면 썩 마음에 듭니다. 잘 만들어진 미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고, 실제로 TRE1을 풀다가 인생이 바뀐 분도 (진짜로) 계십니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뿌듯할 수가 없죠. 


한편으로 TRE1은 지금 보면 노가다성이 짙은 문제가 굉장히 많은 편입니다. 사실 TRE1을 만들 때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노가다성이 짙은 문제가 나쁜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요. 당시 기준에는 새로운 유형의 문제였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싫어하는 분들은 따로 말은 안 해도 이런 유형의 문제들을 꽤 싫어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7년이나 지난 지금은 미궁들의 퀄리티가 전체적으로 높아졌고, 플레이어들의 눈도 그만큼 높아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미궁게임을 즐기시는 분들은 노노그램(네모네모로직)은 좋아해도 백지 직소는 싫어하실 겁니다. 답이 아닌 것을 논리적으로 배제해 가며 풀 수 있느냐, 아니면 무작정 브루트포싱을 돌려야 답을 찾을 수 있는가의 차이입니다. 




TRE2는 2017년에 나왔습니다. 간격은 4년이지만 실질 개발 기간은 1-2년 정도입니다. TRE2를 개발하면서 잡은 출제의 방향성은 '노가다 감소', 그리고 '출제 묘기'입니다. 노가다의 감소는 TRE1 출시 이후에 개발진들이 반성을 하고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출제 묘기는, 글쎄요... 저는 플레이어들이 제가 낸 문제를 풀었을 때 문제를 교묘하게 잘 만들었음을 알아채고 감탄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때부터 문제의 아이디어를 내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실제로 구현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출제 묘기란 이를테면 같은 구성요소를 가지고 얼마나 더 똑똑하게 구현할 수 있냐는 겁니다. 쉽게 말해서 "이걸 대체 어케 만들었누!" 라는 감탄사가 나오게 하자는 거죠. 예를 들어, 스도쿠의 해를 유일하게 결정짓기 위해서는 최소 17개의 숫자가 제시되어야 함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17개의 숫자만 제시되어 있는 해가 유일한 스도쿠 문제를 출제할 수 있나요? 그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보통 출제 묘기에 성공한 문제는 아이디어를 낸 시간을 빼고, 실제로 그 문제가 성립할 수 있도록 구현하는 데만 다섯 시간 정도가 걸리더라고요.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단어를 찾느라 몇 시간 가량 사전을 뒤지거나,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수식을 만들어내느라 노트를 펴고 끄적이는 그런 과정들이죠. 물론 아이디어의 반 정도는 출제 묘기에 실패해서 버려집니다. ㅋㅋ. 


미궁을 좀 해 보신 분들은 그런 느낌을 가끔 받을 수 있었을 겁니다. 당장 TRE2 A1 문제부터, 출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실제로 그 아이디어를 만족하는 다섯 개의 작품을 찾아내는 건 자명하지 않죠. TRE1에 이런 문제가 없지는 않았지만 TRE2에는 부쩍 늘어났습니다. 선물 미궁을 풀면서 B루트에 진입하신 분들이라면 무슨 말인지 조금은 알 겁니다. 그 문제가 실제로 성립할 수 있도록 구현해내는 게 쉽지는 않았거든요. 아니면, 이건 제가 만든 문제는 아닙니다만, 선물을 풀면서 "이 답은 제작자가 의도한 정답이 아닙니다" 라는 문구를 보셨다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실 겁니다. 


아쉽게도 TRE2의 플레이 인원 수가 TRE1보다 현저히 적은 것 같습니다만, 아마 미궁 게임 자체가 인기가 낮아진 것도 있고, 시리즈가 있으면 1부터 도전하는 게 낫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TRE2는 TRE1의 단점들을 보강해서 만들어진 미궁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TRE2를 더 추천합니다만. 




TRE1, TRE2 얘기를 했으니 TRE3 얘기를 해볼까요. 그동안 TRE3는 개발 예정이 있는지 질문이 많이 왔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준비 중이고, 아마 몇 개월 정도 차이는 나겠지만 지금부터 일 년 정도 더 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기서 제가 여러분께 묻고 싶은 것은, 플레이어들이 선호하는 미궁 문제의 유형입니다. 제 미궁 문제에 대한 나름의 철학도 있고, 플레이어들의 피드백을 TRE3에도 반영하면 좋으니까 말이죠. 


제가 고등학생 때 있었던 미궁 동아리에서는 만들어진 미궁 문제에 태그를 붙여 관리했는데, 그 태그 중에는 "전공 지식"도 있었습니다. 예, 대학교 수준의 전공 지식 말입니다. 그리고 아마 이런 미궁 문제는 타겟이 과고생 뭐 이런 집단이 아닌 이상에야 당연히 좋은 문제는 아닐 겁니다. 


미궁 문제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가령 (1) 아이디어만 잡으면 노트를 펼 필요도 없이 1초만에 풀리는 문제도 있고, 위에서 말했듯 (2) 규칙은 거의 자명하지만 경우의 수가 너무나 많아 푸는 데 오래 걸리는 노가다성 문제도 있습니다. (3) 아이디어를 잡고 나면 퍼즐처럼 논리적 과정을 통해 경우의 수를 줄여 나가는 문제도 있습니다. (4)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그 문제 자체가 지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5) 특정한 배경지식이 필요해서, 배경지식이 없으면 풀기가 거의 불가능한 문제도 있고요. (6) 검색을 요하되 딱히 특정 배경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7) 그림판, 포토샵 등 이미지 편집 툴을 요하거나 그림을 그려야 하는 문제도 있고, (8) 문제가 여러 단계로 이루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이야기한 것들 외에도 수많은 문제 유형이 있을 겁니다. 원래 이런 건 100% 분류가 불가능한 법이죠. 


이 중 몇 가지 유형에 대한 제 생각을 먼저 밝히고 싶습니다. 


(1) 아이디어만 잡으면 바로 풀리는 문제 - 풀어낸 플레이어들이 매우 선호하는 유형인 동시에, 못 풀어냈거나 오래 막혀 있던 플레이어들은 매우 싫어하는 유형입니다. 갈피를 잘못 잡고 헤매기 시작한다면 밑도끝도 없이 헤매기 쉬워 힌트를 얻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2) 노가다성 문제 - 플레이어들이 가장 싫어하는 유형인 것 같습니다. 줄여 나가야 한다고 보지만... TRE 시리즈의 경우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TRE는 고난이도를 표방하고 있고, 애초에 후반부에 가면 노트와 펜 없이는 풀 수 없는 문제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것 같습니다. 


(5) 특정 배경지식이 필요한 문제 - TRE3 문제들을 개발하면서 가장 주의를 기울여 피하려고 하는 유형입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이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배경지식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기 때문에 의미없이 시간만 날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가 상식이고 어느 정도가 너무 특정한 배경지식인지 선이 굉장히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출제자 입장에서 가장 주의해야 될 유형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모스부호나 점자 같은 것들은 미궁계에는 너무 많이 쓰여서 상식이나 다름없었지만 이제는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6) 검색을 요하는 문제 - 이런 유형을 플레이어들이 선호하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조금 줄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만...


(8) 여러 단계로 이루어진 문제 - 이런 문제를 출제할 때는 플레이어가 각 단계를 넘어갈 때마다 자신이 방금 한 행동이 확실히 제대로 푼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방금 한 행동이 틀렸다고 착각하고 전 단계로 돌아가서 영원히 헤매는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잘 구성되기만 한다면, 플레이어들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문제가 되더라고요. 여러 단계로 이루어진 문제에 대한 칭찬을 지금까지 많이 목격했습니다. 




이외에도 제작자 입장에서 문제를 만들면서 신경을 쓰는 점들에는, 플레이어가 풀이 과정의 중요한 단서를 쉽게 떠올릴 수 있도록 문제 이미지를 현명하게 디자인해 준다거나, 논리적 비약이 없고 풀이 과정의 스텝 하나하나에 대응되는 단서가 다 제시되어 있도록 개연성을 확보한다거나, 쓸데없는 디테일을 뺀다거나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뭐 이거 말고도 문제를 출제하는 입장에서는 신경써야 할게 상당히 더 있기는 한데... 이 글은 미궁 제작자들 보고 읽으라고 쓰는 글이 아니니 이만 줄입니다. 제작자들을 타겟으로 한 글은 '미궁에 대하여'에 하나 써 놨으니 그쪽을 참고하시길 바라요. 




여기까지 흥미롭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제가 여러분께 묻고 싶은 점은 이겁니다. 플레이어 입장에서, 어떤 문제를 좋은 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반대로 어떤 문제를 나쁜 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위에 제시한 8가지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를 얘기하셔도 좋으니 어떤 유형을 선호하고, 어떤 유형을 싫어하시는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좋은 문제라면 이런 건 없어야 한다" 도 아주 좋습니다. 제 생각에 동의하거나 반대하는 의견도 좋습니다. 


"Aha-moment"가 큰 문제를 보고 싶으신가요? "어케 만들었누"를 외치고 싶으신가요? 노노그램(네모네모로직)처럼 논리적으로 긴 추론을 요하는 문제를 풀고 싶으신가요? 여러분이 어떤 문제를 좋아하는지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충명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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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하이하이하이 2020-04-06 05:18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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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나 일부만 풀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면 너무 불공평하지 않을까요? ㅠㅠ 저는 그런 문제만 아니면 다 괜찮을 것 같아요.
uiqoo 2020-04-06 05:37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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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만 풀 수 있는 문제라는게 주로 배경지식을 요하는 문제일 텐데, 어느 정도까지 상식이라고 가정해도 될 거 같은지 예를 들어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하라천사 2020-04-06 09:38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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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라고 함은 대한민국 기준 고등학교 1학년 교과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고2부터는 문과 이과로 나뉘기도 하고, 의무교육이 고1까지이므로 대다수의 국민이 배운 지식이라는 점에서 상식이란 정의와 가장 부합한다고 봅니다
uiqoo 2020-04-06 10:13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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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교육은 중학교 3학년까지로 알고 있었어서 찾아봤는데 현 시점에서는 중3이고 올해 하반기부터 변경해 나갈 예정인가 보네요. 아무튼 공교육에서 가르치는 거야 의무교육 정도까지 보는 게 가장 적합할 것 같기는 한데, 이외의 상식들의 선이 좀 애매한 것 같습니다. 가령 글에서 언급한 스도쿠나 노노그램 정도는 미궁에 도전할 만한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필로미노나 스카이스크래퍼는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겠죠. 오목은 어떨까요? 오셀로? 지뢰찾기? 이런 게 문제 만드는 입장에선 꽤 골칫거리입니다.
냥부엉 2020-04-06 12:07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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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tre..제 인생 첫 미궁인 tre 제작자분이시네요...

노노그램이나 스도쿠, 그리고 조금 더 넓게 보아 필로미노 스크래퍼같은 퍼즐은 대회도 있느니만큼 너무 정형화되어있어 타임어택 느낌만 줄 뿐 제작자님이 원하시는 "aha moment"를 느끼진 못 할 것 같습니다. (제작자님이시라면 그 전에 특정 퍼즐이라는 것을 눈치채는 과정부터 퍼즐 식으로 꼬아놓으실 것 같은데 그런 경우라면 환영입니다)

제작을 해 본적이 없어 무어라 딱 장르를 집을 수 없는데 tre1 기준으로 봤을 때 '제목힌트와 힌트이미지가 없는'C5 문제정도가 딱 예쁠 문제일 것 같아요. 이미지 사진만 봐도 'ㅇㅇㅇ해서 ㅇㅇㅇ하는 풀이겠구나' 까지는 누구나 알 수 있는 문제였거든요. 오히려 힌트 이미지가 있어서 예쁜 문제가 아쉬워졌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런 문제야말로 'aha moment' 그리고 '어케만들었누...'까지 챙길 수 있는 좋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문제 이미지파일 아직도 들고다니거든요 ㅎㅎ...

굳이 상식이 필요한 문제라 하더라도 A2정도로 퍼즐의 향이 더 강한 문제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tre3...이것은...귀하군요....나죽어!!!!!!!
uiqoo 2020-04-06 17:26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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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부분은 페이퍼퍼즐 같은 것을 그냥 던져놨을 때 이게 뭔지 몰라서 못 푸는 사람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아예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만한 퍼즐은 규칙에 대한 단서를 줄 것이기 때문에 괜찮겠지만, 가령 9*9 표를 주고 3*3마다 굵은 선을 그어 놨으면 누가 봐도 스도쿠지만 스도쿠를 모르는 사람은 절대 풀 수가 없죠. 검색으로 찾아보려고 해도 아무런 키워드도 제공되지 않으니까요. 어디까지 그냥 쓸 수 있을까 하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선호하는 문제에 대한 의견 매우 감사합니다. 이런 댓글을 원했어요! 참고하겠습니다.
ILM 2020-04-06 18:21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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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 제작자님이시군요! 미궁은 꽤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모순적이게도) 문제 푸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처음으로 문제 푸는 것에 재미를 붙인 것이 tre랑 이 사이트의 return 미궁을 풀면서부터였습니다. 이렇게 뵙게 되니 영광이네요ㅎㅎ

저는 푸는 과정에서, 혹은 풀고 나서 성취감이 느껴지는 문제들에 좀 더 매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퍼즐을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면서 가능성을 좁혀 나간다든지, 문제에 들어가 있는 사소한 단서들에 집중하면서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찾아나간다든지 하는 것들이요. 풀다 보면 단순히 미궁을 클리어하기 위해 문제를 푼다기보다는 문제 자체를 분석하며 더욱 자세히 알아간다는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쓰고 보니 약간 이과감성이긴 하네요ㅋㅋ

그래서 그런지 미궁을 푸는 동안에는 "아하!"나 "어케 만들었누"를 외칠수 있는지 여부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단순한 노가다라도, 혹은 전문적인 지식을 사용하더라도 푸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검색이나 기타 방법을 통해 해당 지식에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문제들이 좋았던 것 같아요.

tre에도 종이와 펜을 사용해야 하는 문제들이 많이 나왔던 것 같은데, 사아알짝 귀찮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와 동시에 무언가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밌었습니다. 혹시 이번 선물 미궁의 논란(?)이 되었던 어떤 문제를 의식해서 그러신 거라면, 저는 논란의 이유가 노가다 그 자체보다는 규칙의 모호함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직관적인 형태로 구체적인 규칙을 전달할 수 있었다면 불만족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전 풀고 나서 모 레크레이션 게임이 떠오르더군요..

아이디어가 핵심인 미궁의 경우, 저도 힌트를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문제에 직접적으로 적혀 있지 않더라도 (1) 제목/스토리/지문에 간접적으로 적혀 있거나, (2) 문제 자체의 디자인으로 암시하거나, 정 아니라면 (3) 이미지 조작 등으로 단서를 자연스럽게 숨긴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단서를 주었을 때 더 무언가 해낸 느낌이 들고 재밌었습니다. 몇 가지 예시로 (1)은 선물 미궁에 자주 등장했던 줄글 형식의 문제들, (2)는 TRE1의 A1이나 TRE2의 B3, (3)은 해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return 미궁의 gamma final 문제가 제 기억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네요.

인기 제작자이신만큼 풀지 못한 자들의 짜증(?)을 많이 들어보셨을 거고 더욱 많은 사람들이 풀 수 있는 문제들을 위해 고민하시는 것 같습니다.ㅎㅎ 물론 난이도와 검색량, 두뇌 노동량을 낮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좋은 문제일 수 있고 지금까지 제작하셨던 미궁 문제들도 그랬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TRE3도 기대하겠습니다!
uiqoo 2020-04-06 18:57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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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의 그 문제는 제목을 좀더 강조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복사를 하지 말라는 뜻으로 지은 제목인데, 사람들이 거의 알아듣지 못한 것 같더군요. 그걸 알아들었으면 사실 문제의 모호함은 시계/반시계 말고는 전혀 없거든요. 사실 TRE같이 소규모 그룹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였으면 즉시 반영해서 수정을 하겠지만 수많은 사람들과 같이 진행한 프로젝트다 보니 개인적인 생각으로 즉각 수정사항을 반영할 수는 없어 더 아쉽기도 합니다. 문제 디자인에 신경을 더 썼어야 했어요.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역시 푸는 사람 입장의 시각은 만드는 입장과는 다르군요. 각 스텝을 논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시죠 (단일 스텝으로 aha-moment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걸 보니 취향 차이는 있는 것 같습니다만). 출제묘기를 부릴 생각보다는 논리적인 추론 과정에 더 중점을 두면서 문제를 만들어야겠어요.
ILM 2020-04-06 19:30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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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지식의 기준은 명확한 기준을 잡기 굉장히 힘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중학교 때 분명히 한국사 수업을 들었지만, 아무 단서 없이 역사 관련 아이디어 문제를 내면 못풀거거든요.. 이 정도는 보고 와라 할 수도 없고, 아주 초등적인 지식 제외하고는 모르는 사람 기준으로 문제를 내는 것이 최선인 것 같아요.

다만 단서가 있으면 그 부분도 어느 정도는 커버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스도쿠를 예시로 들자면, 제가 만약 스도쿠를 모르는 상태로 9x9 격자와 '퍼즐'이라는 단서 하나만 주어져 있다면 저는 구글에 '9*9 puzzle'이라고 검색했을 것이고 곧바로 제일 위에 뜨는 '스도쿠'에 대해서 찾아봤을 겁니다. 물론 이건 아주 이상적인 경우이고 올바른 곳으로 푸는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서는 조금 더 분명한 단서를 주거나, 단서를 여러개 두는 방식을 사용해야겠죠.

그리고 사실 어느 정도는 미궁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책임져야 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글링은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글을 작성한다든지, 유용한 툴을 모아놓은 사이트를 소개한다든지, 유명한 트릭들을 소개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죠. 제작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문제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아 주지 못한 단서들을 힌트를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것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푸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이 부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꼭 문제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저도 물론 출제 묘기가 있는 문제를 좋아합니다! 그런 문제가 많으면 미궁을 공들어 만들었다는게 느껴져서 좋아합니다. 이번 선물 미궁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구요. 다만 푸는 동안에는 아무래도 풀이를 모르니 그런 느낌이 없을 수 밖에 없고, 오히려 문제를 못 푼 사람들의 질투(..)를 유발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문제인데 그런 이유로 비난을 받는 문제가 있으면 안타깝더라구요. 논란의 그 문제도 저는 조금 빨리 푼 편이라 이걸 어떻게 판 두 개로 디자인했지 ㄷㄷ 대단하다 하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맘에 드는 미궁을 해서 그런지 댓글치고는 좀 심하게 길어졌네요.. 글로 쓸 걸 그랬습니다
그나저나 아직 TRE2를 절반밖에 못 풀고 막혔는데, TRE3을 제작중이라고 하시니 갑자기 도전욕이 샘솟네요. 다시 풀러 가야겠습니다ㅋㅋ
푸에르 2020-04-06 22:06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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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제작자님이시군요. 더라비린스를 기획하기전에 TRE를 풀면서 많은 밤을 지샜던 기억이 새록새록납니다.

개인적인 미궁을 즐기는 입장에서는 미궁의 매니악한 요소보다는 조금더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센스가 돋보이는 미궁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전처럼 문제는 이미 주어졌다라는식의 힌트가 부족하지만 풀어냈을때 짜릿함을 느낄수있는 미궁도 좋지만, 그 과정을 이기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떠나가기도 하는것을 느꼈습니다.
그에 Pixcel님의 "오문"이라는 미궁은 제가 지금껏 미궁을 풀어오면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신선함이었던것 같습니다. 앞으로 미궁이 지향해야 할 한 방향이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한때 즐겨했던 미궁제작자분이 직접 찾아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군요. 새로 제작하고 계신다는 TRE3도 기대하겠습니다.
uiqoo 2020-04-06 22:22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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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M / 흠...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네요. 문제에 단서를 잘 심어 놓는 쪽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함을 다시금 확인하고 갑니다. 다만... 커뮤니티 쪽에 대한 언급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미궁을 풀면서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는 건 사실이지만, 적절한 힌트나 문제풀이 가이드에 대해 커뮤니티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건 제작자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아닐 테니까요.

선물 미궁에서 '이걸 어떻게 판 두 개로 디자인했지' 같은 생각이 들었다면 제작 의도가 잘 전달되었다는 뜻이네요. 그래도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다니 다행이네요 ㅋㅋ TRE 시리즈에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uiqoo 2020-04-06 22:27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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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르 / 오문 좋죠! 저도 오문을 풀어 봤고 매우 취향에 들었습니다. 저도 문제의 일부를 재사용하는 것을 매우매우 좋아하고 특히 TRE2에 그런 문제가 좀 있습니다. 선물에도 한 문제 있었고요.

이번 선물 미궁을 만들면서 동아리에서 내부적으로 잡은 방향성 중 하나는, 입문하기는 쉽지만 다 깨기는 어렵도록 적절한 난이도 곡선을 설정하는 거였습니다. 아마 이런 부분은 미궁 각각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겠죠. TRE는 처음부터 고난이도 고퀄리티를 지향하고 만들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입문할 수 있는 건 장점도 있지만... 이번 답유출 사태에서 볼 수 있듯 그만큼 단점도 있는 것 같아 그게 반드시 좋은 건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네요. 어떤 면에선 입문자용 미궁이 있으면 상급자용 미궁도 있는 게 적절한 생태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human 2020-04-07 08:39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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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의 문제들이나 선물에서 논란이 되었던 문제들이나 저는 굉장히 재미있게 풀었습니다. 개인적으로 tre 시리즈는 대중성보다 작품성이 아주 강점인 미궁이라고 생각하며 지금의 방향성을 그대로 유지했으면 하는 의견입니다. 솔직히 그저 그런 문제라면 저는 하루에 100개도 만들 수 있는데 이런 문제는 만드는 입장에서도 푸는 입장에서도 아무 감흥이 없죠. 이충명님의 문제를 풀면서 느껴지는 제작자의 노력과 정성이 tre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이리고 생각합니다. 선물에서의 문제들을 욕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문제를 풀기위해 노력해보지 않았거나 능력이 부족해서 노력해도 별 결실이 없었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어쩔 수 없죠. 공부한다고 모두가 1등급을 받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디씨인사이드 등을 보면 도가 넘은 비난이 자주 보이던데 별 신경쓰지 않으셨으면 해요.

배경지식의 경우 저는 중학교 교육과정을 제한으로 두고 있지만 재미있는 문제가 나온다면 과감하게 포기하기도 합니다. 스도쿠나 노노그램 등 퍼즐성 문제의 경우 분명 누군가는 풀 수조차 없겠지만 그렇다고 아예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당장 방탈출이나 카톡방탈출만 봐도 요일을 한자로 쓰지 못하거나 12월을 영어로 쓰지 모르는 사람이 꽤 보이던데 이런 부분을 하나하나 고려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에는 궁극적으로 이충명님이 미궁을 만드는 이유에 따라 갈릴 것 같네요. 다수의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미궁을 만들고 싶은지 소수만 즐길 수 있어도 미궁이라는 분야의 정수 담아내고 싶은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사족이지만 제가 미궁을 만드는 이유는 자기만족인데, 저는 아무나 제 미궁을 풀고 피드백하는 것이 싫어서 애초에 다수가 접근하지 못하게 꽁꽁 숨겨두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상하고 불합리한 문제도 마음대로 낼 수 있고요. 저는 지금의 상태에 만족합니다.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ㅠㅠ. 어떻게 되었든 tre3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이 글은 human이 쓴 것입니다.)
uiqoo 2020-04-07 10:04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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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About the labyrinth에 쓰신 글도 잘 읽었습니다. 쓰시는 글마다 사색의 깊이가 엿보이는군요.

조언 감사드립니다. 역시 모든 사람을 위해 미궁의 방향성을 틀 수는 없겠죠. 선물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너무 작품이 대중적이어져도 문제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당장 지금 이 시각 디씨 수수갤에도 한 문제의 정답이 당당히 유출되어 있네요 ㅋㅋ... 역시 어느 정도의 난이도 커트라인은 있는 게 무책임한 사람들을 걸러내는 데 도움이 되긴 하나 봅니다.

human님이나 저나 미궁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좋은 미궁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TRE3도 잘 부탁드립니다.
human 2020-04-07 10:38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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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폰으로 급하게 써서 오타나 잔실수가 많이 보이네요. 살짝 직설적으로 썼는데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첨언해서 분류하신 8가지 문제에 대한 제 생각을 적어보자면

(1) 개인적으로 미궁의 핵심이 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문제는 기본적으로 (1)과 다른 번호의 조합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아이디어만이 필요한 문제는 초반부에 배치해서 흥미를 유도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2) 개인적으로는 많이 싫어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완전히 알았지만 공간적, 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바로 풀 수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플레이어 입장에서 한 두번은 괜찮겠지만 반복된다면 흥미가 떨어질 것 같아요.

(3) 좋아하는 문제입니다. 단, 단순 퍼즐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중심이 되었을 경우에요. 퍼즐을 숨겨놓는다거나 규칙을 스스로 찾아내서 적용한다던가 하는 부류같은데 대부분의 웰 메이드 문제가 여기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4)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어요? 메타적인 요소가 있는 문제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아주 좋아합니다. 생각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돌려서 푸는 과정이 짜릿하거든요. 말씀하신 오문 같은 미궁이 여기에 해당할 것 같아요.

뒷부분은 나중에 이어서 써보겠습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human 2020-04-07 11:02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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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배경지식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어느 정도 감수하는 부분입니다. 미궁이 원래 상식싸움적인 측면도 있다고 생각하고 저 스스로도 꽤 잡학다식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 상식 밖의 문제가 나오면 더 크게 화나는 부류이기도 합니다. 아이디어 없이 상식만으로 풀리는 문제도 당연히 구리다고 생각합니다. 노벨상 수상자 목록이나 메시에 천체번호 같은 걸 연상문제 형식으로 낸다면 좋은 문제는 아니겠죠.

(6) 미궁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만큼 검색이 완전 배제될 수는 없겠죠. 검색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기율표나 국기 등의 요소가 가능한 것처럼 검색은 미궁이라는 분야에서 필수적인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검색이 불가능한 방탈출을 보면 다소 뻔하거나 그 방에서만 기능하는 방식의 문제가 많죠.
하지만 문제는 일부 제작자들이 검색을 너무 남용한다는 것입니다. '검색이 가능하니까 이런 것도 낼수있겠지'의 마인드로 온갖 이상한 문제들이 출제되는데 푸는 입장에서는 괴로울 따름입니다. 검색문제를 낸다면 적어도 검색할 키워드에 대한 암시는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꽤 잘 만든 검색문제들도 있긴 하니 무작정 욕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 같아요.
human 2020-04-07 11:18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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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컴퓨터로 조작이 필요한 문제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휴대폰으로만 푸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일단 펜과 종이로 대체되는 경우는 문제없지만 색 추출 등 다른 효과가 필요하다면 저는 그림판으로 가능한 경우까지를 제한으로 둡니다. 그림판은 기본 프로그램이지만 포토샵부터는 유료니까요. 실제로 저는 포토샵이 없어서 필요한 문제가 등장할 때마다 친구들에게 부탁합니다 ㅠㅠ

(8) 최고의 문제죠. 선물 E2 같은 경우가 이런 문제같은데 푸는 과정에서의 재미나 풀었을 때의 성취감이나 다른 문제들과 비교할 수 없이 큰 느낌이에요. 이런 문제는 각 과정 사이가 얼마나 논리적으로 연결되는지가 중요할 것 같은데 이때까지 tre의 문제들을 보면 아주 매끄럽게 잘 연걸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런 문제는 잘못하다가는 난해하기만 한 문제도 될 수 있는데 그것을 잘 조절하는 것이 좋은 제작자겠죠. 제작자의 역량이 여실히 드러나는 문제같아요.

쓰다 보니 재미있어서 저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썼네요.
제가 가장 싫어하는 문제는 아이디어 없이 사용되는
모스 점자 아스키코드 포네틱코드 시저암호 폴리비우스암호 등의 배경지식을 요하는 문제입니다. 지식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울 만큼 미궁의 클리셰로 굳어진 것 같은데 이런 문제들이 미궁을 대표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생각해요.

이충명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도 좋은 문제에 대해 다시한번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tre3 전에 아마 제 미궁이 먽니 나올 것 같은데 갑자기 열정이 불타오르는 느낌이네요. 좋은 미궁 기대하겠습니다!
uiqoo 2020-04-07 12:17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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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의 경우는 문제 자체가 문제로 기능함과 동시에 지시문이 내재되어 있는 경우를 일컫는 것입니다. TRE2의 B5(Magic)라든가 선물 B8, E2 같은 경우가 있죠.

(6) 검색은 제가 너무 과도한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검색에 필요한 키워드나 내용만 알려준다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스탠스에 동감합니다.

역시 (8)과 같은 문제를 고평가하시는군요. 미궁 제작자라서 이미 잘 아시겠지만, 문제를 만드는 입장에서 가장 만들기 어려운 유형이기도 합니다. 여러 단계에 대한 단서가 섞여 제시되는 만큼 나중에 써야 하는 단서를 두고 첫 단계부터 고민한다든지 하는 일도 항상 발생하고요.

장문의 댓글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멀티플레이어 2020-04-23 08:36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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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유형의 문제가 어떻게 플레이어에게 비춰지느냐는 온전히 제작자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논리적으로 납득할 만한 단서가 흘려져 있다면, 참신한 소재를 사용한 문제가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소수 매니아층만 좋아하는 독심술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표현이 과격했다면 죄송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단서도 없이 색들을 줘놓고 세이셸 제도의 국기를 연상하게 만들었다면, 문제가 있겠죠.
(2) 잘 정돈된 노가다와 그렇지 않은 노가다가 있습니다. (2)를 제외한 유형들에 어떤 과정적 노가다가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겠죠. 다만 문제들을 풀다 보면 '굳이 이렇게까지?'란 생각이 들 정도의 노가다를 첨가한 문제들이 있습니다. (20개 정도 되는 단어들을 나열해서, 알파벳 빈도를 찾는다던가... 예시일 뿐입니다) 항상 그 중도를 지키는 것이 흥미를 잃게 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3) (2)번의 연장선이네요. 좋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역발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무언가 알아내지 못하면 단순 노가다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해도 풀리게 만들면 재밌겠네요..ㅋㅋㅋ) 어떤 알고리즘이나 논리적 허점을 파악해 경우의 수들을 대폭 줄여버리는. 좋아합니다 이런 문제 ㅎㅎ
(4) 이 경우... 잘 숨겨서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공정을 제시해버리면 아주 약간 흥미가 떨어지는 느낌이 있네요. (퍼즐류는 제외합니다. 제작하신 퍼즐의 풀이법을 알지 못하면 못 푸는 문제들이 있으니까요.)
(5)(6) 저도 미궁을 한번 제작해보려는 사람으로서... 요즘 매우 고민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사담이지만, '배경지식'을 일부 이용하는 미궁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색다른 시도랄까요...) 단서를 얼마나 주냐, 얼마나 보편적인 지식이냐, 지식 자체를 이해하는 데의 난이도가 어떻냐(단순히 받아들이는 지식도 있지만, 이해가 수반되어야 하는 지식들도 있죠.)에 따라 천차만별일 듯 싶습니다. '내고 싶은 거 내냐'는 소리 듣고 싶지 않아 문제의 조탁이 뛰어나야겠습니다. 내려면 말이죠 ㅎㅎ 한번씩 나오면 그래도 재밌는 문제 타입 같습니다.
(7) 어떻게 보면 (2)번에 약간 첨언하는 느낌이 되네요 ㅎㅎ 전 포토샵을 배웠었지만 모두 까먹어 사실 쓰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간혹 QR 코드/바코드를 직소퍼즐의 형태로 제시한다던가, 색상 코드를 이용한다던가, 밝기 조절을 통해 단서를 숨기는 문제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림판을 사용해야기에 어느 정도의 공정은 거칠 수 있지만, 조각 수가 많아지고 하면 좀 힘든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이번 선물의 '타일' 문제도 힘들었습니다 ㅠㅠ) 물론 저의 귀찮음이 한몫 하는 거지만, 어느 정도 범용성을 가지고 만들어주시면 죄금 더 좋겠단 생각은 드네요.
(8) 이 부분에 대해선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말이 복합유형이지, 사실상 온갖 미궁문제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뭐라 평할 수 없네요. 이런 문제를 잘 내는 것이 가장 어려운 거 같네요. 각 단계들에 대한 힌트를 흘리기란 쉽지 않죠 ㅎㅎ
멀티플레이어 2020-04-23 08:37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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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제 의견이 아니라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글이 된 거 같지만...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해 써봤습니다. ㅋㅋㅋ TRE 어려워서 예전에 풀다가 잠시 제쳐두었지만... 언젠간 다시 꼭 도전해보고 싶네요 선물은 잘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좋은 컨텐츠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uiqoo 2020-04-27 11:22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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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멀티플레이어님. 미궁을 제작하시려는 분이라 그런지 역시 관점이 좋으시군요.
배경지식 문제가 가장 고민거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정말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풀 수 있는 문제도 많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알 거라고 확신할 만한 상식이 생각보다 범위가 좁긴 해서 말이죠. 2010년쯤의 미궁 플레이어들에게는 놀라운 일이지만, 최근 세대는 지뢰찾기를 모르더군요. 저도 이 부분이 많이 고민이 됩니다. 옛날 미궁엔 이런 유형의 문제가 꽤 많았죠.

퍼즐성 문제의 경우 글에 쓴 의도는 원래 가짓수가 엄청 많은데 규칙을 추론해서 가짓수를 줄이는 문제보다는, 규칙을 모르면 풀 수조차 없고 (또는 체크해야 할 가짓수가 과하게 많거나, 해가 없거나, 유일해가 안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요) 규칙을 알았더라도 그때부터 스도쿠 풀듯이 차근차근 논리를 전개해 나가야 하는 문제를 뜻합니다. 규칙을 안 뒤에도 바로 안 풀린다는 게 요점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유형이죠. 멀티플레이어님이 말한 것처럼 경우의 수를 대폭 줄여버리는 식의 문제도 괜찮을 것 같네요.

저는 이미지를 제작할 때 그림판만 사용하고, 그래서 당연히 그림판만 잘 써도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이미지 편집이 필요한 문제의 경우 모바일 환경을 얼마나 고려할 것인지도 발을 잡더군요. 사실 TRE 시리즈의 경우 페이지 자체는 모바일에서 봐도 아무 문제 없도록 만들고 있지만 애초에 어렵게 만들었다고 공언했고, 후반에 가면 그만큼 손이 많이 가는 문제들이 나와도 플레이어들이 불만을 가지지 않으리라 예상했기 때문에 이미지 편집이 필요하다거나 실제로 종이에 옮겨 그리거나 프린트해야 하는 문제도 조금은 쓰고 있습니다. 미궁의 타겟 설정에 따라서는 최소한의 이미지 편집조차도 별로일 수 있겠죠.

TRE와 선물 플레이 감사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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