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따라 자유게시판이 너무 휑해?보여서 이렇게 무채색 리뷰글을 써봅니다.
음.. 좋은 미궁이란 무엇일까요?
미궁을 평가하는 요소에는 스토리, 디자인, 연출, 구성 등 많은 부분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의 퀄리티'일 것입니다.
일단 문제가 존재하고, 그것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 미궁이니까요.
그렇다면 좋은 문제란 무엇일까요?
일단은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문제들은 이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죠.)
하지만 여기에 더불어, 적절한 수준의 난이도 역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거기까지 도달할 수 있는 논리적인 단서와 해법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억지 문제일 뿐이겠죠.
즉 좋은 문제의 조건은
1. 제작자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
2. 보편적으로 납득할만한 해답
3. 1과 2를 연결시켜줄 단서의 존재
가 적절히 조화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검색문제를 싫어하긴 하지만,
검색을 해야 한다는 정보나 검색에 대한 키워드가 문제 내에 주어진다면, 이는 괜찮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무채색의 문제들은 전반적으로 훌륭합니다.
Arbitrary fragment나 meaning of colors는 복잡한 규칙이나 지식 없이도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후반부의 twinkle twinkle은 풀고 나서 감탄이 나올 만큼 좋은 문제였습니다.
가장 좋았던 문제는 두 엔딩파트의 마지막 문제들이었습니다.
인터넷? 온라인?기반이라는 미궁의 특성을 잘 살린, 웰메이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난이도와 단서들, 문제 자체의 잘 짜여진 구성이 돋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풀면서 계단을 올라간다는 느낌을 받을 만큼, 해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아쉬운 문제들도 있습니다.
너무 진부한 아이디어를 사용하거나, 아이디어에 사로잡혀 적절한 힌트가 주어지지 않은 문제들도 존재합니다.
초반부에서는 systemic sequence, division in half 정도가 있겠군요.
특히 후반부에서는 너무 아이디어에 치중해 디테일이 아쉬운 문제가 많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미궁에 많이 익숙했기 떄문에 그럭저럭 풀 수 있었지만, 처음 미궁을 푸시는 분들에게는 불친절하게 느껴질 만한 문제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작자님이 의도하신 분량을 채우기 위해 퀄리티와 어느 정도 타협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문제 수를 조금 줄이고 더 compact한 구성을 취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다만 그렇다면 스토리상 진행에 차질이 생기거나 히든 루트를 진입할 때의 쾌감이 반감되는 등의 우려가 있을 수는 있겠네요 ㅠㅠ)
또 한 가지 좋았던 점은, 단순하지 않은 진행과 그것들을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하나하나의 문제는 단발성으로 끝나지만 미궁은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형태입니다.
문제 하나하나의 질도 중요하지만, 이것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미궁을 평가할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직접적인 언급은 할 수 없겠지만,
Notes notes나 히든 루트 진입을 위한 문제 등은 아주 좋았습니다.
하지만 히든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구성을 취한 것은 아쉬웠습니다.
(애써 만든 루트가 플레이되지 못하는 일은 물론 아쉽겠지만, 인증미궁에 올라온 미궁들은 clear 표시가 뜨지 않는 것으로 히든의 존재를 눈치챌 수 있으니 조금 더 어렵게 제시해도 괜찮았을 것 같아요)
hidden이라기에는 너무 open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ㅠㅠ)
무채색이라는 일관된 컨셉과, 그에 기반한 깔끔한 문제 디자인,
진행을 도와주는 스케치 일러스트의 존재 역시 칭찬할 만한 점입니다.
제작자님의 후기를 보면, 스토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언급하시기는 했지만
저는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무난한 스토리라고 느꼈습니다.
너무 평탄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억지로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취하기보다는, 담백한 것이 미궁의 분위기와도 일치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요약하자면, 볼륨이 큰 미궁이다보니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좋은 미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을 만한 완성도 높은 미궁인 것 같아요.
좋은 미궁을 만들어주신 Albeaze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P.S 혹시나 추천하고 싶은 미궁이나 리뷰를 보고 싶은 미궁이 있으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열심히 플레이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