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타 커뮤니티는 올리자마자 이상한 오류때문에 자꾸 삭제되어서 부득이하게 이 곳에 게시하기로 했다.
나 편하자고 반말로 지껄이는 점에 대해서는 양해 부탁드림.
누군가에게는 기분 상할 이야기들일 것이므로, 그것도 양해 부탁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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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미궁을 풀기도 싫고 만들기도 싫다.
현생에 집중하면서 미궁에 대한 흥미가 확 떨어졌다.
사실 이게 그리 대단한 현상은 아니다.
미궁이 신성불가침의 대단한 것도 아니고, 나에게 그저 일개 취미에 불과할 뿐이니
한때 불타던 취미가 이제는 사그라들었을 뿐.
풀기도 싫어졌으니 만들기도 싫어졌다.
『HEART♠CATCHER』? 기존 스토리 갈아엎고 새로 써보다가 지금은 방치상태.
『HEART◎BEATER』? 써놓고 나니 스토리가 너무 심심한 나머지 그냥 쿨삭제.
『고양이 시즌2』와 『CAPSULE』? 배너만 만들어 놓고 시작도 안 했다.
예전에는 이 미궁들을 꼭 만들어내야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이대로 평생 베이퍼웨어로 전락해도 상관 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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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작한 미궁들을 다 지워버릴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나의 아픈 손가락 중 하나인 『신이 적은 운명의 일기장』이라는 미궁이 있다.
원작의 스토리도 내 입맛대로 마구 건드렸고
문제 퀄러티도 뛰어나다고 볼 수 없는 상태들이어서(나중에 업데이트를 통해 난이도를 대폭 하락시키긴 했어도.)
팬심으로 만들었지만 오히려 아티스트 FatDoo에게 실례만 드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지금도 든다.
이 미궁을 지워버리고 싶은 충동이 여러 번 일었었는데
과거에 내가 풀던 미궁들이 어느 순간 사라진 것을 보고 안타까웠던 기억을 돌이켜보면
아직 일기장 미궁을 푸는 사람들에게 아쉬움을 주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하여 지금도 지우지 않고 있다.
언젠가 2차 업데이트를 통해 문제 개선을 행할 계획은 있지만
글쎄, 지금은 귀찮고 흥미도 떨어져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한 달 전인가? 동창들과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난 뒤 돌아와서 더라비린스에 접속했는데
갑자기 내 미궁들이 너무 초라하고 부끄럽고 쪽팔려보이는 바람에
내 6개의 미궁들을 다 지워버릴까 하는 충동이 확 일었었다.
'미궁삭제' 아이콘에 손이 갈락말락 했으며, 누르면 돌아올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으나
결국 참아내고 그대로 놔두고 있다.
근데 아직도 모든 미궁들을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리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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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에 흥미가 떨어진 이유는 정말 다양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친목활동'에 대해 염증이 생겨서이다.
나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채팅방에서 지껄이는 것을 좋아했다.
어차피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인데
엄근진으로 미궁 이야기만 하기보단 소소한 친목을 다지는 것도 좋잖아?
채팅방에서 일상이나 잡소리들을 떠들기도 하고,
가끔은 귓속말로 각자의 속에 담은 가치관을 공유하기도 하고.
(다만 그것이 대부분 음주상태에서 행해진 일들이기에, 상대에게 실례되는 말들을 날린 적도 분명히 많을 것이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분들 중 그런 분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를 건네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과도한 친목활동을 경계하고 있다.
왜?
https://bbs.ruliweb.com/best/board/300063/read/18803934
친목의 폐해를 이야기 할 때면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사례이다.
물론 더라비린스가 저 정도 수준까지 치달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닿아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가 없다.
게시물이나 백자평 등에서 자신들만 아는 이야기를 쓴다던지,
여럿이서 한 명을 공개적으로 꼽준다던지,
덧글로 친목을 과시한다던지.
이런 모습들을 옛날부터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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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 내가 가장 눈살이 찌푸려졌던 것은
여럿이서 한 명을 꼽주는 상황이다.
얼마 전에 사건이 하나 있었나보더군. 오퀴 제작자와 플레이어들간의 마찰이 있었나본데.
나는 예전에도 한 번 말한 적이 있지만
인증미궁을 보면 절대 10점 만점인 미궁은 없다.
아무리 명작이라고 평가받는 미궁이라 할지라도,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며
제작자인 이상 그런 평가들을 겸허히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오퀴 제작자가 부족했던 덕목은 이런 것이겠지. 달콤한 이야기만 받아들이고 비판의 목소리는 귓등으로 쳐내었을 테니까.
솔직히 제작자가 잘한 점도 하나 없다고 본다.
그렇다고 플레이어들의 행동이 과연 정당했을까?
이번 사건은 내가 직접 목격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전부터 여럿이 한 명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넘어서서 인신공격의 수준으로 이어진 사례를
정말 자주 보았었다. 대충 생각나는 것만 해도 열 손가락을 채운다.
이번 일도 예전에 내가 자주 보았던 그 사례들과 유사한 모양이더군.
아니라고? 그런 적 없다고? 예전부터 인신공격이 아닌 단순 비판만 했을 뿐이라고?
부정하려면 부정해도 뭐... 괜찮다.
그런데 내가 조현병이나 해리성 정체 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앓는 게 아닌 이상,
나는 내가 본 것들이 전부 사실이라고 확신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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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인가, 채팅방에 있었는데
어느 순간 채팅방이 갑자기 시끌벅적 해지더라.
한 너다섯 명되는 사람이, 회원 B에게
"님 A님이죠?" 하면서 몰아치는 모습이었는데
(*A는 미궁 다작을 하다가 그 퀄러티에 비판과 힐난을 받고 탈퇴한 회원이며, B는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궁을 제작하던 회원.)
B는 "나는 A가 아니라 그 사람의 지인이다" 라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얼마 지나고 나서 B는 제작한 미궁들을 전부 삭제하기에 이르렀다.
내 시선에서는 그 행태가 너무나도 지저분하게 느껴졌다.
그게 단순하게 "A님 맞죠? 보고 싶었어요" 하는 뉘앙스가 절대로 아니었으며
에이 너 A 맞잖아ㅋㅋㅋㅋ
A ㅎㅇㅎㅇ~
하는 식의 빈정거리는 말본새의 일색이었다.
아니라고? 빈정거린 게 아니라고?
부정하려면 부정해도 된다.
나에게는 그것을 목격하고 경악했던 기억만이 뇌리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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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굳이 이렇게 긁어부스럼을 만들만한 글을 쓰는 이유는
나는 가식적인 사람이 싫으며, 가식적인 사람이 되는 것도 싫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덧글을 건넨 적 있다.
당신 왜 흑화했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흑화가 아니라, 사실 내 성향 자체가 이렇다.
이제는 내 속에 있는 이야기를 가식적으로 숨기지 아니하고, 눈치보지 아니하고,
내 소신 그대로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마치 포도주 코르크 마개가 뻥하고 튀어나가는 듯한 후련함을 느끼면서.
이 글에 대해서 공감을 요구하거나 하지는 않겠다.
진짜로 내가 조현병 환자라서
나 혼자만의 과대망상을 써내려 간 것인지 누가 알겠는가.
하지만 나의 한 가지 강한 바람은
더라비린스가 부디 '친목으로 망했다'라는 오명만은 절대로 생기지 않길 바란다.
물론 지금은 내가 미궁에 흥미가 많이 떨어진 놈이라지만
몇 년 간 몸 담아온 커뮤니티인데
이 정도는 바래도 괜찮잖아?
- SSaL Kw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