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게임 더라비린스
SYL 자유게시판 2023-03-07 07:35:30

최종수정 2023-03-07 22:10:47

 

제가 예전에 미궁 게임을 만들면서 느꼈던 점들. (긴글 주의)


0. 서론 


안녕하세요. 한 때 미궁 게임을 열심히 기획하고 만들었던, SYL이라는 닉넴을 사용하는 유저입니다.


제가 오랜만에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최근 현생에서 어떤 계기가 있어 미궁 게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일이 생겼는데


현재 미궁 계의 중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더 라비린스'가 예전과 비교하면 점점 생기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


또 저도 제작자로 열심히 활동했던 21년 당시에 느꼈던 감정들도 좀 생각나고 해서 이렇게 오랜만에 글을 끄적이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싶어 말씀드리면, 그냥 언젠가는 한 번쯤 꼭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주저리주저리 하는 거라 글이 상당히 길어질 것 같습니다.


그냥 '미궁 게임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한 명의 유저가 이런 일을 겪었고 그 당시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라는 마음으로 봐주신다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1. 기()


우선.. 제가 처음 '더 라비린스'에 왔을 때가 생각나는데, 참으로 설렜던 기억이 지금도 나네요.


왜냐하면 그 당시 저는 방 탈출 문제를 만드는 취미가 막 생겼던 참이었거든요.


하지만 이걸 어디에 마땅히 공유를 할 만한 곳이 없어서 커뮤니티 이곳 저곳을 배회하고 있었습니다만


마침 군 복무 시절에 '미궁 게임'이라는 걸 들어본 기억이 생각나서, 미궁 게임이 뭔지도 모른 채 검색을 통해 이 사이트에 처음으로 접속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입 날 당일에 바로 제 첫 미궁을 만들어 올렸습니다.




반응은 개인적으론 좀 아쉬웠습니다. 뭐 지금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이지만요.


하지만 그 덕분에 사람들이 어떤 문제를 선호하는지, 어떤 미궁을 풀고 싶어하는지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그때부턴 다른 미궁들을 풀어보며 (신세계를 경험하며) 미궁 게임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잘 만든 인증 미궁들을 풀어보며 '나도 저런 미궁 하나쯤은 만들어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 뒤론 미궁 게임을 정말 열심히 만들고 기획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당시 저는 미궁 게임에 정말 깊이 몰입해 있었네요. 마치 그게 인생 전부였던 것처럼 말이죠.




물론 미궁 게임을 만들고 공개하면서 여러 난감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문제를 충분히 검토했다고 생각했으나, 오류가 발생하여 당황한 마음으로 선발대 분들에서 단체 사과 쪽지를 돌린 적도 있었고요.


그래도 유저분들의 반응 하나하나를 보면서 참으로 뿌듯하고 행복했습니다.






2. 승(承) 


그러던 어느 날, 제 신작이 갑자기 초대박이 터져버립니다.


이게 머선 일인고 하니 그간 미궁 게임을 분석하고 고민하며 만들었던 제 노력이 드디어 보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와! 그리고 저는 갑자기 모두의 관심 대상이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참으로 기쁘기도 했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좀 더 침착하게 행동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조금 잘난 모습을 보인 것 같아서.. 누군가는 불쾌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생각이 짧았다'라는 표현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가 싶네요. 




하여튼 저는 이 일을 계기로 다른 유저분들과도 좀 친해져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채팅방에서 사람들에게 이러저리 말을 걸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는 반응이 시큰둥했고, 누군가는 반갑게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저의 다음 작품은 생각보다 빠르게 준비되었습니다.






3. 전(傳) 


하지만 다음 작품을 공개한 이후로 헤프닝이 하나 생겼습니다.


제 새 미궁에는 후반에 치명적인 문제 오류가 하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몇 번을 검토했음에도 그걸 몰랐죠.


그 오류를 알기까진 한 달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누군가에 저에게 얘기해주지 않았다면 지금도 몰랐을수도.


그 때문인지 (아님 다른 이유가 더 있는지), 이번 미궁은 제 기대를 미치지 못하는 아쉬운 결과와 반응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처음 겪는 별점 테러로 인한 스트레스로 저는 미궁 공개 후 24시간만에 제 손으로 제 작품을 지워버리고 맙니다.




솔직히 좀 충동적으로 행동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성을 찾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바로 사과문을 작성했습니다.


그 사과문 작성이 제가 지금껏 써온 글쓰기 중 가장 고통스러운 글쓰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 저는 멘탈이 좀 나가있었던 때라 그랬는지 사실 그 때 기억이 지금 잘 나지는 않아요.


그러나 하나 확실히 기억나는 건 있는데, 바로 사과문을 그 다음 날 내린 것입니다.




좀 논란이 있을 만한 행동이라고 계속해서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도망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했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지금도 가장 후회하는 행동입니다.




그 때부터 사실 사람들의 반응이 좀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티는 안내시지만 저를 싫어하는 분도 좀 생긴 것 같았고요. 자업자득이지만요.


(그리고 이건 조금 다른 얘긴데, 제가 잼민이 시절에 쓰던 말투를 넷 상에서 여전히 쓰고 있다는 걸 이 당시에 깨달았고,


이 때부터 이를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일을 겪고 난 후 저는 한동안 자숙을 좀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저는 또 신작을 만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럼에도 미궁 게임에 여전히 깊이 몰입해 있었거든요.


그리고 미궁을 만들면서 느꼈던 순간순간의 즐거움이 그 당시 저의 유일한 탈출구이기도 했구요.


그렇게 나온 작품은 'REVIENS CASTLE'이라는 이름의 미궁이었고, 가장 많은 정성이 들어간 작품이었습니다.


지금도 가장 애정하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 당시 새 미궁을 공개하는 건, 사람들의 반응이 두려워진 저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대부분 미궁을 푸시고 다들 좋은 말들을 너무 많이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절에 뭐랄까 미궁 커뮤니티에서 소외감을 좀 느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다른 분들의 신작을 풀 때 같이 풀 사람이 없어서 좀 아쉬웠습니다.


이미 다들 친하셔서 대화에 끼는 것 또한 쉽지 않았구요.


같이 도와주는 분이 계셨다면 깬 미궁도 더 많았을 것이고, 미궁 실력이 좀 더 빨리 늘었을텐데..


혼자 힘으로만 하려니 잘 안되더군요.






4. 결(結) 


사실은 이 때쯤 미궁 제작을 멈출려고 했습니다.


그 동안 미궁에 너무 과몰입했던 점도 있었고, 좀 지치기도 했어서, 이제는 현생에 다시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괜찮은 아이디어가 하나 생각이 나서, 고민하다가 미궁을 하나만 더 만들어보자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마침 만들어 둔 문제들 중에서 아직 미궁에 넣지 않은 문제들도 좀 있었구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초심자를 위한 미궁입니다.


이 미궁은 제가 미궁계에 처음 왔을 때를 생각하며 만든 미궁이고, 그래서 비록 짧은 대신 완성도를 더욱 높이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특히 문제 배치에 정말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그 뒤로는 지금까지 미궁계를 방관하면서 조용이 제 할 일 하고 살았네요.


끔 채팅방에 들어가긴 했는데 새로 오신 분들도 보이고 여전히 저는 아싸이고..ㅎㅎ






5. 마무리 및 첨언 


급하게 마무리를 좀 지어볼게요.


뭔가 의식의 흐름기법으로 장황에게 글을 쓴 것 같은데.. 결론은 딱히 없습니다.


그냥 당시 제가 느꼈던 기분을 언젠가는 이렇게 토로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쓰기 시작한 글이니까요.




그래도 21년 5월부터 8월까지 짧지는 않았던 시간동안 참 다양한 기분을 느꼈던,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비록 좋지 않았던 기억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 경험이 지금 제 삶과 진로에 여러모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요즘도 며칠에 한 번씩 더 라비린스에 방문하면서 최신 근황도 계속 살펴보고 있고 


무엇보다 제 미궁들의 명전 후기, 질문글, 그 외 반응들 하나하나 다 꼼꼼히 읽어보고 있습니다.


제 작품에 대해 반응해주신 모든 분께 이 자릴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그리고 저는 현재 웹 개발자를 지망하고 있고, 언젠가는 (가능하면 다른 분들과 함께) 외부 미궁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도 '개발을 통해 만들어보고 싶은 서비스가 있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다가


잠시 잊고 있었던 미궁 게임이 다시 생각나서 입니다.


근데 좋은 작품을 만들려면, 위에서도 언급했던 우선 명작들을 더 많이 경험해봐야 할 것 같아서..


아무래도 부족한 제 미궁 실력을 다시 좀 길러보는 것이 더 우선이 될 지도 모르겠네요.




진짜 마지막으로, 이 글의 도입부에 '더 라비린스'가 예전에 비해 점점 생기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언급했는데


아무래도 새로운 미궁이 예전에 비하면 덜 올라오는 추세라 이러한 현상이 더 심화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예전에 다른 플랫폼에서 미궁 게임과 비슷한 온라인 방탈출 테마를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에 어떤 분이 이를 다 푸시고 나서 오픈 채팅으로 이런 걸 돈 받지 않고 무료로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고 하시더군요.




미궁 게임은 창작 활동의 결과물이지만, 이를 잘 만든다고 하더라도 '더 라비린스' 내에서 제작자는 수익을 낼 수 없습니다.


이런 입장에서 제작자는 미궁 제작에 들인 노력에 대한 보상을 다른 걸 통해 얻어야 하는데, 저는 그게 바로 사람들의 좋은 반응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제 작은 바램으로는, 여러분께서 어떤 미궁이든 만족스럽게 푸셨다면, 짧게라도 좋은 반응을 남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모든 제작자에게 큰 힘과 원동력이 될 것이고, 그럼 좋은 미궁이 앞으로 더 많이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뭐 어디까지 이건 제 주관적인 의견이니,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그냥 흘려 듣고 넘어가주시길 바랍니다.)






새벽에 주저리주저리 말이 너무 많았네요. 피곤하긴 한데, 그래도 언젠가는 꼭 하고는 싶었던 말이라 후련하기도 하구요.


그럼 저는 이만 줄이고 언젠가 좋은 작품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좋은 하루 되세요. 😊



  • 미궁 클리어수 인증:17/211 자유:13/400 기획:9/380 (전체:39/991)
  • 문제 클리어수 인증:1502 자유:533 기획:194 (전체:2229)
  • 이메일 sylagape1231@gmail.com
  • 가입일 2021-05-05
  • 남기고 싶은 말

    👋 안녕하세요. 미궁 게임 및 방탈출 콘텐츠 제작자 SYL (Sang Yoon Lee) 입니다.


    🎲 출시 작품 모음: https://superb-ranunculus-46a.notion.site/cb0658883e874aa6b9414d8da7c8aefa

    🔰 오픈채팅 문의: https://open.kakao.com/o/sAFqQtae (참여자 수 초과 문제 해결 완료)

    📌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미궁을 선호하는 제작자입니다.

    📌 모든 미궁의 명예의 전당 후기에 답글을 더 이상 달아드리지 않고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 문제에 대한 힌트 요청은 질문게시판을 이용해주세요.

    📌 저를 포함하여 타인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클리어소감은 신고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재밌는 작품 많이 만들어 보겠습니다.

댓글

g5enihprom 2023-03-07 08:10 _
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구도자 2023-03-07 21:04 _
1
저의 첫 미궁이었던 'CODE NINE PREMIUM : 초심자를 위한 미궁' 덕분에 미궁 게임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미궁도 본업도 화이팅입니다 (가끔 블로그 염탐합니다)
세븐파워볼 2023-03-13 15:27 _

관리자에 의하여 삭제된 댓글입니다.

RABi 2023-03-21 22:05 _
1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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